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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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고영제 기자]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이것 역시 지도(THIS TOO, IS A MAP)> 기자간담회를 9월 20일 오전 10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지하1층 세마홀에서 개최했다. 소피아 듀론 비엔날레 협력 큐레이터, 레이첼 레이크스 비엔날레 예술감독, 비엔날레 참여작가 아구스트나 우드게이트, 최찬숙이 가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프리뷰가 9월 20일 진행됐다. 개막식은 9월 20일 오후 5시 시립미술관 1층 중앙 전시홀에서 개최됐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9월 21일(목)부터 11월 19일(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외 5개 전시 장소에서 개최되는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이것 역시 지도(THIS TOO, IS A MAP)》(예술감독 레이첼 레이크스)를 개막하였다.

《이것 역시 지도》는 다공적이고 다층적인 지도 그리기를 보여준다. 역사와 지식을 매핑하는 전 세계의 예술가 40명/팀과 총 61점의 작품을 공개하고, 서구중심주의 인식론과 세계관 밖에 존재하는 네트워크, 움직임, 이야기, 정체성과 언어를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SeMA벙커, 소공 스페이스, 스페이스 mm과 서울로미디어캔버스까지 총 6곳의 전시장에서 서구의 지도 제작법, 측량 체계와 관련한 인식론과 세계관 밖에 존재하는 네트워크, 움직임, 이야기, 정체성과 언어의 다양한 형태와 감각을 보여준다.

비엔날레 전시장과 협력 공간에서 소개되고 배포되는 전시, 프로그램, 출판물은 오늘날의 전지구적 상황에 따라 초국가적이고 초국지적인 동시대 변위의 상태를 도식화하며, 고정형의 체제를 거스르는 동시대적 움직임을 주목한다. 가변적인 개념과 코드화된 재현은 탈서구중심주의 지도가 어떤 모습일지에 관한 상상을 자극하며, 조정의 미학을 탐구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은 비엔날레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체 전시 장소와 협력 공간을 아우르는 정신적 지도로 구성되었다. 설치, 비디오, 직물, 사운드, 퍼포먼스, 목판 인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되는 작품들은 여러 방식의 지도 그리기, 땅의 표현, 사적이고 사회적인 기억, 경계와 언어의 풍경 등을 살펴보며 소통의 방법으로서 지도 그리기를 제안한다.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제작 지원한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Agustina Woodgate)의 <신세계 지도(The Times Atlas of the World)>(2023)는 550쪽 분량의 지도책에 재현된 국가, 국경, 정치적 지표, 주요 랜드마크를 지워서 흐릿하게 처리한 기존 작품 <세계 지도(The Times Atlas of the World)>(2012)을 재구성한 신작이다. 지도책을 자동으로 넘겨주고 실시간으로 스캐닝하는 기계 장치, 스캔한 이미지 파일을 신경망 학습의 조합으로 재구성한 새로운 세계 지도의 이미지가 전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진다.

놀란 오스왈드 데니스의 <아토피아 필드(Atopia Field)>(2021)는 식민지 공간의 지리를 상상하여 펼쳐 보이는 다이어그램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해방과 디아스포라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가상의 영토, 국가와 도시는 일견 해석할 수 있는 익숙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다이어그램 안에 가상의 존재들이다. 바닥에 놓인 카펫 형태의 작품은 관객이 밟고 지나가거나 그 위에 앉거나 누울 수 있게 하여 허구의 공간에 물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사회정치적 상상을 시도하는 대안적인 영토가 된다.

1층 전시장에 설치된 사샤 리트빈체바와 베니 와그너의 비디오 설치 <콘스탄트(Constant)>(2022)는 지도와 마찬가지로 세계를 재현하는 추상적 모델을 생산하는 측량 표준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역사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두 작가는 작품에서 여러 층위에서 관련한 역사를 다루며, 평등주의, 관료주의, 정의와 권력의 몸과 개념에 관한 관계들을 직조한다.

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사전 관람을 시작한 토크와세 다이슨(Torkwase Dyson)의 <나는 그 거리에 소속된다 3,(힘의 곱셈) (I Belong to the Distance 3, (Force Multiplier))>(2023)은 안무가 권령은과 지난 수 개월간 여러 차례의 미팅과 대화를 통해 교류한 결과로 완성되었다. 이와 같은 프리 프로덕션의 과정은 미국과 한국의 해방 전략의 역사적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것의 시각 표현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명의 제목으로 완성된 권령은의 퍼포먼스는 움직임을 통해 소속, 장소, 배제의 상태를 다룬다. 덧붙여, 토크와세 다이슨 작가가 서울에 머무는 동안 완성된 새로운 설치 작품 <쿠지차굴리아(자유를 계획하기) (Kujichagulia (Planning Freedom))>(2023)는 과거와 현재의 연구를 지도화하고, 나아가 도시의 역사와 건축과의 만남을 하나의 벽면으로 불러 모은다.

서소문본관 마당에 설치된 작품 <땅탑(Earth Monument)>(2023)은 한국의 미술 콜렉티브 이끼바위쿠르르가 탐구해온 예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던 한국의 작가들은 다양한 예술실천을 전개하며 지역성과 지역의 미술 언어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경험했던 이끼바위쿠르르에게 미술의 지역성은 주요한 주제로 자리 잡게 된다. 부동산의‘평’단위를 활용해 만들어진 여러 형태의 탑들은 무연의 공동체가 오랜 시간 흙을 두드리고 밟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연결의 공동체와 그것의 임시성을 드러낸다. 흙을 빚어 세운 기념비들이 미술관 뜰에 세 개의 군을 이루고 선 모습은 작은 마을이나 신도시를 연상시키며, 흙으로 된 단순한 형태의 조형물이 예상치 못한 일상 환경과 만나 긴장감을 자아낸다.

서소문본관 2층에서는 지도에 나타나는 이미지의 재현과 실제 간의 간극을 살펴보고, 인간의 주관적인 소통 방식에 뿌리를 둔 새로운 지도 만들기로서 작품들을 소개한다.

쉔신(Shen Xin)의 〈ས་གཞི་སྔོན་པོ་འགྱུར། [지구는 푸르네]〉(2022)는 작가와 티베트어 교사 སྐྱིད་དར་འཛོམས། [스키 트라좀사]가 수업 중에 티베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나누었던 대화에서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빛과 색의 움직임을 언어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먼저 계절별로 다른 하루를 재현하는 조명 설치를 위해 빛 기술자 카일 가벨에게 조명 연출의 방향성을 글로 적는다. 그리고 무대에서 재연된 조명에 관하여 만다린어로 적고, 이것을 다시 티베트어로 번역한 후, 만다린어와 티베트어로 나누는 대화의 교재로 사용한다. 3채널 비디오 설치 작품은 이 과정에서 완성된 빛의 재현, 둘의 대화를 영어, 한글과 티베트어로 번역한 자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리스틴 하워드 산도발(Christine Howard Sandoval)은 이번 여름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머물며 신작 <출현의 표면(두폭화) (Surface of Emergence (diptych))>(2023)를 제작하였다. 종이 위에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의 복합적인 토양을 어도비 점토와 섞어 완성한 드로잉 작품은 스페인 미션건축의 아치 형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작품은 섬세한 드로잉 기술과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다양한 식민주의 건축의 아카이브이면서 동시에 원주민의 미래주의 현장으로 연결하는 경로를 제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2층 전시장의 한 공간 전면을 활용하여 기하학과 격자를 주요 매체로 사용했던 전설적인 미국 작가 찬나 호르비츠(Channa Horwitz)의 <오렌지 그리드(Orange Grid)>(2021-2023)를 소개한다. 전시 공간의 바닥과 벽을 뒤덮은 오렌지색 격자와 여러 개의 검은색 육면체로 구성된 이 작품은 기하학이라는 엄정하고 합리적인 공간과 겉으로 보기에 고정된 조건을 바꾸기 위해 개입하는 인간의 마찰 간에 생겨나는 개념적 간극을 탐구한다.

서소문본관 3층에서는 국경을 넘는 신체들의 이동과 기억을 나열하거나 혹은 어떤 존재를 출생지나 원천적 문화와 연결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복합적인 디아스포라의 양태를 질문한다. 나아가, 다양한 미학, 글로벌 기술,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이동과 생태적 변화를 추적하여, 인간과 영토를 착취하는 범지구적 환경 구조를 들여다보고, 주변화된 인식론과 문화들을 시각화한다.

왕보의 <인테리어 분수(Fountain of Interiors)>(2022-2023)는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조명과 실내장식 산업의 서사를 반추한다. 작품은 인공적이고 산업화된 풍경 속에 감춰진 현대와 도시 삶의 아이러니와 물리적 공간으로 규정되는 문화 정체성을 다시 살펴본다. 작품을 구성하는 LED 조명-분수와 플라스틱 조화는 을지로에서 구입한 재료들이다.

메르세데스 아스필리쿠에타(Mercedes Azpilicueta)의 신작 연작 <다섯 번의 주문과 노래 한곡 I ~ V (Five Spells & A Song I ~ V)>(2023)은 한국에서 생산한 직물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수출되었다가 다시 암스테르담에서 재제작된 설치 작품으로, 작가의 모국인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한인 커뮤니티와 이주민의 정체성 구축에 관한 조사를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또 다른 신작 (2023)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주한 5명의 한국 여성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주민의 삶과 남미의 직물 산업에 관한 증언을 수집하여 추상적 형태로 재구성한 사운드 작품이다.

프랑소아 노체의 <코어 덤프(Core Dump)>(2018-2019)는 광섬유 케이블, 철새의 이동, 상충하는 근현대사, 하천 시스템과 무역로와 같은 복잡한 관계망과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네 도시; 킨샤사, 선전, 뉴욕, 다카르를 배경으로 하는 비디오 연작과 한국의 전자폐기물을 활용한 조각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이다.

비엔날레 커미션으로 제작된 최찬숙의 (2023)은 미국 아리조나의 사막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수한 환경과 그곳에서 자라나는 생명과 생태를 다루는 작품이다. 그동안 꾸준히 이동, 이주, 공동체의 매개체들을 통해 땅과 몸의 다층적인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통해 땅에서 ‘방출된’ 몸과 그것의 물질적이고 비물질적인 흔적을 되새김한다. 작품은 바람을 타고 형성되는 회전초와 이것이 나타나는 지역에 관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종의 생물학적 특이점, 변형된 몸의 제스처와 그것의 여러 층위를 탐구하며, 이동과 이주에 관한 개념적 서사를 구축한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제시 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서베이 전시 <시, language for new moons>를 소개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홍콩, 캐나다, 미국 등 타지에서 거주하며 살아온 작가는 사회와 기호학 구조에 균열을 더하는 언어의 추상화를 수용하며, 한국의 역사, 트라우마, 그리고 시학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비디오, 조각, 드로잉 등의 매체를 통해 작가는 가족사, 한국의 민속 문학, 그리고 소속감 없는 변위의 상태를 추적한다.

<오 더스트(O dust)>(2023)는 문화 유산에 관한 유럽 중심적 번역과 역사성을 주변화하며, 언어, 유산, 무형문화를 가깝게 비추는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사에서 촬영한 작품은 통역부스, 통역기, 마이크, 텅 빈 회의실, 무형문화유산아카이브 등 제도화된 말하기 장치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이미지와 더불어 독해할 수 없는 중얼거림이나 허밍을 중첩하고, 유럽 중심적인 언어의 위계와 문화 패권에 도전한다.

<시: concrete poem>은 틈, 구멍, 침묵과 시간을 거쳐 전달되고 발화하는 말하기와 선언의 의미를 통해 언어와 물질성에 관한 명상으로 우리를 이끄는 작품이다. 한지로 만든 작품에서 시각화된 추상적 형태는 한글과 영어의 문자소를 연상시키지만 읽을 수 없이 암호화된 언어이다. 작품은 읽을 수 있는 것과 읽을 수 없는 것 사이에서 디아스포라적, 실존적, 우주적 조건을 투영한다. / 스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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